2022년 10월 29일, 3년 만에 마스크 없이 맞이하는 핼러윈 데이.
저녁 6시, 이태원 일대는 젊음으로 가득 들어찼다.
하루 전인 28일 이태원역 이용객 수는 5만 9천 명으로 지난 5년간 이용객 중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주말인 29일은 더 많은 시민들이 이태원으로 몰릴 것이 자명했다.
하지만 “안전 확보에 만전을 기하겠다" 보도자료를 낸 용산구도, “시민안전과 질서유지에 총력을 기울이겠다” 보도자료를 낸 경찰도 눈에 띄지 않았다.
형광색 정복을 입고 혼잡경비를 할 수 있는 경찰기동대는 이태원에 없었다.
18시 34분, 112신고센터로 신고가 접수됐다.
▪ “여기 이태원 메인 스트리트 들어가는 길인데요.”
▫ “이태원 메인스트리트요. 네.”
▪ “클럽 가는 길 해밀톤 호텔 그 골목에 이마트24 있잖아요.”
▫ “해밀톤 호텔 골목에 있는 이마트24요.”
▪ “네 그 골목이 지금 사람들 오르고 내려오고 하는데 너무 불안하거든요. 그니까 사람이 내려올 수 없는데 계속 밀려 올라오니까 압사당할 거 같아요. 겨우 빠져나왔는데 이거 인파 너무 많은데. 통제 좀 해주셔야 될 거 같은데요.”
신고자는 이태원 지하철역 출구와 세계음식문화거리를 연결하는 좁은 골목을 정확히 특정하며 “압사당할 거 같다”라고 말했다. 이 시각 이태원역에서는 시간당 1만 5천 명이 지상으로 올라오고 있었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현장에 출동했지만, ‘사고가 날 정도로 위험해 보이지 않는 일반적 불편신고'로 판단했다. 당시 이태원 현장 경비 인력은 이태원 파출소 주간 근무 인력 11명에 불과했다.
19시 34분, 현장에 있던 경찰관이 용산 경찰서 교통과에 교통기동대 배치를 긴급히 요청했지만 거부당했다. 이유는 “집회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것. 이날 서울청 기동대 절반가량은 이태원 인근의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윤석열 대통령 퇴진을 촉구하는 집회에 투입돼 있었다.
사흘 전인 26일, 용산 경찰서 정보과 경찰도 ‘이태원 해밀톤 호텔부터 이태원 소방서’까지 ‘많은 인파로 인한 도로 보행자 난입 등 우려된다, 안전띠 설치 등 대책이 필요하다’라고 보고했지만 용산서 정보과장은 이 보고를 묵살했다. 역시 ‘당일 저녁 대통령실 인근에서 진행되는 대규모 집회 상황에 집중하라’라는 이유였다.
저녁 8시가 넘어가자, 사람이 너무 많아 위험하다는 신고가 연이어 접수됐다.
“여기 사람들이 인원이 너무 많아서 정체가 돼서 사람들 밀치고 난리가 나서 막 넘어지고 난리가 났고 다치고 하고 있거든요” (20시 09분)
“사람들이 지금 길바닥에 쓰러지고 막 지금 너무 이거 사고 날 것 같은데, 위험한데” (20시 33분)
20시 33분 서울청 112 종합상황실은 처음으로 이태원 파출소에 긴급한 상황을 뜻하는 ‘코드 1'을 지정했다.
용산 대통령 집무실 앞 집회는 20시 25분 마무리됐지만 용산 일대 집회에 동원됐던 5개 기동대는 ‘압사' 신고가 들어왔던 이태원으로 파견되지 않았다. 집회가 모두 끝난 뒤 기동대는 각각 맡은 거점과 시설로 돌아가 야간근무를 했다.
“많아서 사람들이 압사당하고 있어요. 거의” (20시 53분)
“지금 여기 사람들 인파들 너무 많아서 지금 대형 사고 나기 일보 직전이에요. 다 밀려 가지고요. 여기 와서 통제하셔야 할 거 같은데요.” (21시 00분)
112 종합상황실은 이태원 파출소에 ‘압사' 신고에 즉시 출동하라는 ‘코드 0'을 지정했다. 112 매뉴얼에 따르면 112 상황실은 다른 지구대에 출동 지원을 요구할 수도 있고, 긴급사건에 한해 서울청에서 타 경찰서에 출동지원을 지시할 수도 있다. 하지만 112 상황실은 11명이 근무 중이던 이태원 파출소에 출동 명령만 내릴 뿐, 집회 업무를 마무리한 기동대를 포함해 추가 경력은 지원하지 않았다.
이 시각 상황실을 책임지는 류미진 상황관리관은 자리에 없었고, 상황팀장은 따로 보고하지 않았다.
경찰은 20시 33분과 21시에 접수된 두 건의 신고에 대해 서울소방본부에 공동 대응 요청을 했다. 그러나 당시 요청을 받은 소방은 첫 번째 신고는 “현장 교통 통제와 질서 유지가 필요한 것”, 두 번째 신고는 “구급차가 필요하지 않다”라고 신고자들에게 확인해 “소방 업무가 아닌 경찰 업무”라고 경찰에 통보하고 종결했다.
한편, 서울경찰청 마약수사대와 용산 동작 강북 광진 경찰서 소속 10개 팀 형사인력 52명이 20시 48분 이태원 일대에 마약 단속을 위해 배치됐다. 유흥가에 기동대를 투입했던 예년 핼러윈 기간과 달리 마약 단속에 중점을 둔 인력운용 계획대로 일선 경찰서 형사과와 서울경찰청 마약범죄수사대 강력범죄수사대만 투입됐다.
21시, 이태원 일대에는 5만 명이 넘는 인원이 모였다. 거리는 이제 한 걸음 내디딜 틈조차 없었다. 이태원 일대를 지나던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인파가 많이 모이는데 걱정이 된다”라며 “계속 신경 쓰고 있겠다”라고 지역구 의원인 권영세 통일부 장관이 포함된 단체 대화방에 메시지를 남겼다. 구청장으로서의 조치나 행정안전부에 연락은 하지 않았다.
112 상황실에 접수된 신고에는 평소 생각조차 해보지 않았을 ‘무거운 것에 눌려 죽음’을 뜻하는 ‘압사'라는 단어가 직접 언급됐다.
“인파가 너무 많아서 길에서 다 떠밀리고 있거든요” (21시 02분)
“사람들 너무 많아서 압사당할 위기” (21시 07분)
“압사당할 것 같이 사람이 많다.” (21시 10분)
같은 시간 용산 경찰서 간부들은 신고가 접수된 이태원 일대를 지나고 있었지만 별다른 보고도 대응도 하지 않았다.
21시 24분, 대통령실 앞 집회 대응 업무를 마친 이임재 서장은 용산 경찰서 주변 한 식당에 도착해 경비과장, 정보과장 등과 함께 저녁 식사를 했다.
21시 30분, 교통기동대 20명이 이태원 일대에 투입됐다. 용산서 경찰관이 인력을 요청한지 2시간이 지난 뒤였다.
21시 38분, 용산서 112상황실장과 교통공사 관계자가 1분 17초간 통화했지만 이태원역 지하철 무정차 운행은 없었다. 경찰은 이때 지하철 무정차 운행을 요청했으나 교통공사가 거절했다고 주장하고, 교통공사는 당시 경찰 측이 ‘무정차 운행'을 요청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21시 47분, 식사를 마친 이임재 용산서장은 관용차를 타고 이태원 쪽으로 향했다. 교통정체로 녹사평역 인근부터 차량으로는 이동이 어려웠다.
21시 57분, 이임재 서장은 차 안에서 처음으로 112 신고센터 상황실장으로부터 이태원 상황을 보고받았다. 실장은 “사람이 많고 차가 정체되고 있으나 특별한 상황은 없다"라고 보고했다.
22시 52명의 경찰이 질서유지에 나섰다. 하지만 이미 현장은 52명으로 대처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22시 15분, 결국 대형 사고가 발생했다.
시민들의 신고는 이제 112가 아닌 119로 쏟아졌다. 신고내용은 절박했다.
“여기 이태원인데요. 이쪽에 경찰이고 소방차고 다 보내주셔야 될 것 같아요. 사람이 압사당하게 생겼어요. 사람이 너무 많아서 골목에 사람이 다 껴가지고 다 보내셔야 할 것 같아요. 농담하는 거 아니구요. (생략) 부상자가 여기 길거리에 널린 게 부상자인데 제 일행이 아니어서요. 저희 상황이 심각하다구요. 미쳐버리겠네.”
“압사당해서 죽을 것 같아요. 와 주세요. 지금 다 보이진 않는데 열 명 정도 깔린 것 같아요.” (22시 20분)
“사람들이 너무 많이 와서 여기 나가지도 못하고 올라가지도 못하고 여기 정리를 해주셔야 할 것 같아요.” (22시 21분)
“빨리 여기 살려주세요! 여기 이태원! *** 앞이에요. 살려주세요!” (22시 22분)
수화기 너머로 신음과 비명소리만 들리는 신고도 이어졌다. 사고 발생 이후 30분 동안 52건의 119 신고 전화가 쇄도했다.
서빙고펌프 “경인(경찰) 비발(출동) 독촉 좀 해주세요.” (22시 20분)
지휘팀장 “센터 용산 여덟(지휘팀장)인데 아 민집(주민센터 혹은 구청) 경인(경찰) 독촉 좀 해주세요.” (22시 24분)
용산지휘 “센터 여기 용산열(지휘차)인데 민집(주민센터 혹은 구청)하고 경인(경찰) 비발(출동)시켜주세요.” (22시 25분)
관제대 “사칠(알겠다) 유연중(연락 시도중) 경인(경찰)은 비발(출동)됐어요. 민집(주민센터 혹은 구청) 유연중(연락 시도중)” (22시 25분)
22시 28분과 29분,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한 소방청은 서울시와 용산구에 사고 발생 사실을 유선으로 통보했다. 소방청에서 보고를 받은 용산구와 서울시는 재난안전법에 따라 행안부에 즉각 보고를 해야 했지만 두 곳 모두 보고하지 않았다.
첫 신고를 받고 출동한 용산 소방서 구급대는 교통 혼잡으로 현장에 진입하지 못했다.
22시 29분, 현장 진입이 어려워지자 구급대는 도보로 이동했다.
22시 31분, 구급대 지휘팀장은 “해밀톤 호텔 바로 옆 골목에 30명 정도 되는 행인이 넘어져 있는 상태"라며 상황을 보고했다.
22시 36분,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이태원 쪽으로 동원가능 가용경력 전부 보내"라고 용산서 112 무전망으로 지시했다.
용산경찰서장 “이태원 쪽으로 동원가능 가용경력, 형사1팀부터 해가지고 여타 교통경찰관까지 전부 보내세요”
22시 42분 의식을 잃은 시민 15명을 대상으로 심폐소생술이 실시됐다
조사 “열(지휘차) 여기 열(지휘차)인데 해밀턴 정문을 통해서 후문으로 나와서 골목을 진입해야 되고 15명 정도 CPR실시 중인데 인원 모자라요. 대원들 빨리"
22시 43분 용산 소방서장은 소방대응 1단계를 발령했고, 소방방재센터는 재난의료지원팀 출동을 요청했다.
22시 48분, 서울구급상황관리센터는 국립중앙의료원 중앙응급의료상황실에 ‘15명 이상 깔려 있고, 추가적으로 (환자) 발생 가능성 높다며, 재난의료지원팀(DMAT)﹒신속대응반 출동 및 인근 의료기관 수용 가능 정보 파악'을 요청했다.
22시 59분 국립중앙의료원은 인근 의료기관 중 가장 먼저 ‘중환 1명 수용 가능’ 정보를 공유했다.
23시 11분까지 파악된 13km 내 인근 의료기관에서 치료 가능 중환자 수는 6명에 불과했다.
본격적인 구조가 시작되자 구급 대원들의 의식 없는 환자 이송을 위한 병원 수배 요청이 쇄도했다.
신당구급 “여자 환자 1명 CPR상황이고 신원파악 불가. 병원 수배해 주세요. 빨리빨리”
23시 21분, 윤 대통령은 ‘신속 구급 및 치료에 만전을 기하라'라고 지시 했다.
신당구급 “CPR중 병원 수배 해주세요. 병원 수배”
이촌구급 “20대 여자 CPR중인데 어디로 가면 돼요?”
신당구급 “CPR중 병원 선정해 주세요.”
을지로구급 “20대 남자 CPR 어디로 가야 해요?”
역삼 구급 1소대 “혹시 중증환자 수용 가능한 병원 있나요?”
23시 54분 윤석열 대통령은 다시 한번 “응급의료체계를 신속 가동하라”라고 지시했다. 대통령의 두 번의 지시에도 병상은 충분히 확보되지 못했다.
0시 6분 인근 의료기관 수용 가능 환자 수는 16명, 참사 발생 2시간 가까이 중환자 20명 치료를 위한 의료 자원도 확보하지 못했다. 현장의 구급 대원들은 환자를 싣고 수용 가능 병원을 찾아 거리를 헤맸다.
구상센터 “신트리여섯(구급차), 30대 여자 강남성심이 안된대요. 보라매 갈게요.”
삼성구급 “신트리여섯(구급차) 보라매. 사칠(알겠다).”
용산서장 “지금 이송하는 모든 사망자는 순천향대학병원으로 이송한다.”
용산지휘 “사팔(현재 위치)에서 사망한 급자(구급환자)는 순천향병원으로 이송토록.”
용산지휘 “모든 CPR 환자를 순천향병원에서 받는다고 하니까 CPR 환자 전부 다 순천향병원으로 이송토록. CPR 급자(구급환자)”
22시 51분 박희영 용산구청장은 이태원 관광특구연합회 부회장으로부터 ‘사고가 났다'라는 문자를 받고서야 사고 발생 사실을 처음 알았다. 용산구청장은 이때까지 구청 내 공식 라인을 통해 보고를 받지 못했다. 8분 후 박 구청장은 사고 현장에 도착했다.
22시 53분 소방청은 대통령 국정상황실로 상황을 알렸다.
22시 55분 이태원 파출소를 도보 10분 거리에 두고도 50분간 움직이지 못하는 차에 있던 이임재 용산 경찰서장이 차에서 내려 이태원 파출소 방향으로 걷기 시작했다. 핼러윈 축제의 전반적인 교통 상황이나 축제장 전체적인 상황 점검 차원이었다.
23시 00분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참사 발생 장소 인근에 도착해서야 위급상황임을 파악했다.
23시 01분 한오섭 실장은 윤 대통령에게 상황을 보고했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은 윤 대통령이 보고를 받은 지 20분 후인 23시 20분에, 김광호 서울청장은 그 후 16분 후인 23시 36분에 상황을 보고받았다. 윤희근 경찰청장은 다음날 30일 0시 14분에 상황을 인지했다.
23시 05분 이임재 용산경찰서장은 정확한 상황 파악을 위해 이태원 파출소 옥상으로 올라갔다. 112 첫 신고가 접수된 시각으로부터 4시간 32분이 흐른 뒤였다. 이 서장은 막힌 도로를 피해 해밀톤 호텔 뒤편으로 구급차 출동을 요청했다.
용산서장 “모두 무기(무전기) 침묵하고 용산하나(서장)가 지휘한다. 해밀톤 호텔 뒤편으로 추가 급차(구급차) 요청한다. 추가 비발(출동)요청”
23시 06분, 119상황실로 60번째 신고가 접수됐다. 신고자는 용산 경찰서 상황실이었다. 소방과 경찰 지휘부가 긴밀히 협력했어야 할 시간, 용산 경찰서 상황실은 쏟아지는 민원에 일반 시민과 다름없이 전화번호 119를 눌러 소방에 구급대 추가 배치를 요청했다. 시도소방본부가 서울 전역의 구급 구조대 동원 명령을 내린 지 4분 후였다.
▪ “119입니다.”
▫ “용산경찰서 상황실인데 신고들어와서 아시겠지만 ***호텔쪽에 사람들 의식 없고 그런상황이거든요. 혹시 구급차 더 지원가능한가요? 경찰들도 다 가있는데 민원이 많아가지고.”
▪ “부상자가요? 부상자가 너무 많아서.”
▫ “CPR 중이라는 얘기도 있고 지원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 “지금 저희 구급차 얼마나 나가있는지 아시는 거죠?”
▫ “영상은 봤는데 현장에서는 더 필요한 거 같아요.”
▪ “몇 대나 더 필요하다고 보십니까?”
▫ “서너 대 정도는 더 필요한 거 같습니다.”
▪ “일단 전달은 하겠습니다.”
▪ “저희 딸이 전화를 안 받는데요. 혹시 뭐 사고나 인적 사항은 파악이 안됐죠?”
▫ “여기 지금 환자가 너무 많이 있어가지고 지금 이태원 쪽에 파악이 전혀 안되고 있어요.”
▪ “큰일 난 것 같아요. 여러 사람이 다 쓰러져가지고 지금 다들 일반인들도 심폐소생술하고 있거든요. 사람들이 다 죽어가고 있어요.”
▫ “소방대원들 많죠 거기?”
▪ “다 와 있어요. 더 필요할 것 같아요. 인원이 좀 부족해요.”
▪ “지금 여기 1명이 압사 당해 가지고 기절했거든요.”
▫ “지금 거기 너무 많이 가 있거든요. 구급대원들이랑 거기 있는 분들한테 얘기를 하세요. 지금 차량을 너무 많이 보내 가지고”
▪ “사람을 일단 빼내야 돼요. 지금 오는 사람도 가는 사람도 뒤엉켜가지고 난리가 아닌데 ***호텔 쪽으로 사다리차 데가지고 빨리 빼내야 될 거 같아요. 사람들 먼저”
▫ “대원들이 가서 조치하고 있어요 선생님”
▪ “사람이 몇 십만 명인데 겨우 이백 명 와가지고 어떻게 하려고 그래요. 안된다니까요.”
서울 전역에서 구급 구조대가 현장으로 오는 사이에도 현장의 상황은 여전히 참담했다. 시민들은 더 많은 인력을 요청했다. 혼잡한 도로는 구조를 더디게 했다.
23시 13분, 소방당국은 대응 단계를 2단계로 격상하고, 소방청은 상황판단회의를 열었다. 23시 17분, 이임재 용산 경찰서장은 참사 발생 1시간이 지나서야 용산 대통령실 인근에 있던 기동대 1개 부대에 출동 지시를 내렸다. 용산 소방서장, 지휘팀장을 비롯해 소방대원들은 무전으로 사고 발생 직후부터 1시간 동안 20차례나 용산구와 경찰력 투입을 독촉했지만, 현장을 통제할 경찰 기동대는 아직도 도착하지 못했다.
용산서장 “용산 열(지휘차)은 서울경찰청에 연락해서 특수기동대 빨리 비발(출동) 시킬수 있도록 해, 해밀톤 호텔 뒤편이 통제가 안돼. CRP환자가 수십 명이야. 빨리 추가 소방력을 해밀톤 호텔 뒤편으로 계속 보내줘.”
▪ “이태원 쪽 지금 사람이 숨들을 안 쉬어요. 지금 빨리 좀 와주실 수 있어요?”
▫ “선생님 지금 거기에 차량이 50대 가있어요.”
▪ “아 근데 지금 빨리 와야 돼요.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라 50대가 문제가 아니라”
▫ “선생님 거기 가 있으니까 이태원역 쪽으로 나오시면 구조대가 있어요. 가서 빨리 직접 말씀하셔야 돼요.”
▪ “구조대가 문제가 아니라 사람이 다 죽는다니까요. 빨리 오세요.”
용산서장 “지금 구급차가 대로변으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있어. 경찰력을 빨리 추가 배치하도록 해.”
서울경찰청 경비과는 사고 발생 1시간 10분이 지난 23시 33분, 종로에 있던 기동대 1개 부대를 출동시켰다.
23시 39분 서울청장에게 진작 상황을 보고했어야 하는 서울청 112종합상황실 책임자도 자리에 복귀했다. 이때는 이미 언론에 수십 명이 실신했다는 속보가 나온 뒤였다. 경찰 지휘부는 언론보다도 늦게 상황을 파악했다.
23시 40분, 참사 발생 1시간 25분이 지나 11기동대가 기동대 중 처음으로 현장에 도착했다. 112로 11건의 신고, 119로 78건의 신고가 접수된 후였다.
23시 48분, 이태원동 전체를 소방 대응 3단계 격상 및 총동원령이 발령됐다. 전국의 소방력 동원이 결정됐다.
참사를 접한 시민들은 서울시 콜센터에 전화를 걸었다.
“재난문자 보내주셔야 될 것 같아요. 여기 사람 계속 몰려가지고 그 골목으로 사람 계속 들어가거든요. 사람들 엄청 죽고 있어요.”
재난 상황이 발생하면 즉각 시민들에게 전송돼야 할 재난문자가 언론 보도가 나온 이후에도 아직 발송되지 못했다. 23시 56분 서울시는 ‘이태원에 사고가 났으니 차량 우회 바란다’는 재난문자를 최초 발송했다. 행정안전부가 22시 56분 서울시와 용산구에 재난문자 발송을 지시한지 1시간 만이다. 용산구는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
주요 책임자 중 가장 늦게 보고를 받은 윤희근 경찰청장은 대통령 지시 1시간 후, 참사 다음날 0시 14분에야 경찰청 상황관리관으로부터 처음 보고를 받고 ‘총력 대응' 지시를 내렸다.
김광호 서울청장은 0시 25분 참사 발생 2시간 10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모두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후였다.
자정이 지나자 비명이 가득했던 119신고가 잦아들었다. 가족의 연락을 기다리던 시민들이 120 서울시 다산콜센터로 문의하기 시작했다.
“이태원 거기에서 무슨 사고 났어요 지금? 아는 애도 핼러윈이라고 이태원에 놀러 간다고 그랬는데 얘하고 아까 전화 통화하고 나서 조금 전에 통화하려고 그랬더니 신호는 가는데, 전화를 안 받으니까.”
▪ “핼러윈 사고에 대해서 알고 싶은데요. 딸내미가 거기가 아닌가. 서울시라든가 이런 데 뭐 애들 이렇게 사고 난 사람들 알 수 있을까요?”
▫ “119 쪽에서 출동을 해서 병원 이송을 각각 해준 상황이기 때문에 인적 정보라든지 이런 게 필요하신 상황이면 한번 119쪽으로 우선 문의해 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 “이태원 압사사고, 딸이 연락이 안 돼갖고. 대책본부 혹시 전화번호 있어요?”
▫ “시민님 대책본부 따로 연락처는 없어요. 연락이 안되세요?”
▪ “동생이요. 이태원 간다고 그래서 연락이 안 돼서 혹시 이름 나온 거 같은 건 없나요?”
▫ “아직이에요. 어떤 결과도 지금으로서는 알 수가 없어요.”
▪ “부상자 알 수 없을까요? 제 친구가 연락이 안 돼서요.”
▫ “경찰 쪽에 물어보세요. 인근에 경찰한테 한번 물어보세요.”
▪ “이태원 압사사고 학생 보호자인데요. 저희 애가 지금 구급차로 이송이 되었다고 얘기는 들었다는데 어디 병원으로 갔는지 알 수가 없어서요.”
▫ “지금 너무 인원이 많고요. 저희도 파악 중에 있어가지고 지금 (생략) 일단 저 경찰 쪽으로도 문의를 한번 해보세요. 경찰.”
▪ “사고 난 이송된 환자 이름이라든가 알 수 있을까요?”
▫ “그런 부분은 저희 쪽에 따로 전달이 되지는 않고요. 한번 119쪽으로 문의를 해보셔야 될 것 같으시거든요.”
“아들이 이태원 축제 간다고 했는데 지금 이태원에 사고가 생겼는데 전화를 지금 안 받거든요. 휴대폰 위치 추적 같은 거라도 좀 하고 싶은데.”
120다산콜센터 상담사들은 애타는 가족들에게 “전달받은 내용이 없다며 02-119로 전화하라” 재차 안내했지만 119로 전화를 해도 당장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없었다. 119 상황실에서는 현재 구급차로 이송중인 환자의 보호자에게도 “경찰에 물어보셔야 한다”라고 안내했다. 120은 119로, 119는 112로 전화를 돌렸다.
1시 40분,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현장에 도착했다.
1시 45분 소방당국은 인명피해를 처음 발표했다. “사망자 2명 발생”
2시 15분, 용산소방서장과 용산보건소장이 1차 언론브리핑을 진행했다.
2시 19분, 용산구청은 사망자 임시영안소로 원효로다목적실내체육관을 지정했다. 2시 24분 사망자를 원효로다목적실내체육관으로 이송하기 시작했다.
언론 브리핑 이후 120으로 ‘사상자 명단'을 확인하고 싶다는 전화가 쏟아졌다.
▪ “이태원에서 사고 난 당사자 부모입니다. 지금 보라매 병원으로 이송이 돼서 거기에서 지금 아마 사망 판정을 받은 것 같습니다. 저희는 지금 지방에 있어서 올라가고 있는 길이거든요. 혹시 뭐 절차나 이런 걸 어떻게 해야 되는지요?”
▫ “선생님. 일단 되게 참.. 저희가 아직까지 그 부분까지는 저희 쪽에 공지가 안 내려와서 이건 좀 더 기다려보셔야 될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아직.. 네.”
▪ “그러면 어떻게 아니, 어떤 식으로 연락이 온.. 조치가 어떤 식으로 연락이 되나요?”
▫ “아마 시민님께서 따로 연락을 받으셨다고 하면 시민님, 개별적으로 연락이 갈 것 같아요. 일단은 저희 쪽에는 죄송하지만 아직까지 그 부분에 대해서는 공지된 내용은 없어요, 시민님. 죄송합니다.”
▪ “아. (한숨) 그러면 지금 이게 접수된 거는 많죠?”
▫ “네. 접수가 저희가 접수를 받거나 이러지는.. 지금 현재 저희는 119하고도 얘기해 봤는데 아직 그 사고 받으신 분들에 대한 인원도 저희가 파악이 안 되고 있어가지고 일단 저희가 아직까지 정확하게 수립되고 그런 거는 아직까지 되지 않아서 죄송합니다.”
▪ “아니, 혹시 뭐 대책 회의 같은 걸 하지 않나요? 급한 건.”
▫ “그런데 저희가 그게 아직까지는 저희 쪽에 내려오지는 않아서 저희 콜센터까지는. 최대한 좀 더 기다려보셔야 될 것 같아요, 죄송합니다.”
▪ “그러면 일단 보호자한테 뭐 병원이나 어느 쪽에 등록된 보호자를 통해 연락이 오는 건가요, 그러면?”
▫ “아마 일차적으로 아마 그렇게 될 거로 보입니다.”
▪ “아, 혹시 그러면 지금 현재 있는 병원에 그쪽에 안치를 해야 되는 건가요? 아니면 이동을 해야 되는 건가요?”
▫ “죄송합니다. 시민님. 그 부분까지 제가 말씀드리기 좀 어렵네요. 그건 병원 쪽에 문의해 보셔야 될 것 같은데요, 그거는요.”
▪ “병원에요. 그건 병원의 결정사항인가요? 그게?”
▫ “글쎄요. 그 부분은”
▪ “아니면 소방당국에서 결정을 해주는 건가요?”
▫ “저희 120 다산콜센터에서는 그 부분은 좀 말씀드리기 좀 어려울 것 같아서 죄송합니다.”
▪ “그러면 제가 저 119에 물어봐야 되나요?”
▫ “한번 119 쪽에 전화해서 문의해 보실까요? 네, 죄송합니다.”
▪ “그러면 제가 뭐냐. 서울 쪽에 그 119 뭐 각 정부 통합관제 센터인가요? 119면?”
▫ “네. 그렇습니다.”
▪ “네. 일단 알겠습니다.”
▫ “죄송합니다. 네.”
120 상담사는 전화를 끊자마자 서울시로 사망자 명단은 나왔는지, 장례 절차 등 안내할 공지가 있는지 문의했다. 하지만 “아직 명단은 안 나왔어요”라는 답을 들은 것이 전부였다.
4시 한남동 주민센터에 실종자 접수처를 마련하기로 했다. 같은 시각 소방당국은 “사망자 146명”을 발표했다.
▪ “이태원 그 사고 서울시청에서 접수받는다 그러던데요, 실종자?”
▫ “실종자 접수를 서울시청에서 받는다고 하셨다고요?”
▪ “아, 지금 뉴스에서 나오던데요. 서울시 실종자 접수 진행 중이라고요.”
▫ “죄송합니다만 실종자 신고는 경찰서로 주셔야 됩니다. 저희 쪽에서는 전달받은 사항은 없습니다.”
▪ “아니요. 그런 일반적인 그게 아니고 서울.. 그럼 어디로 전화하라고요?”
▫ “네, 경찰서 02-112번으로 실종자 신고 주셔야 됩니다, 시민님.”
▪ “근데 뉴스에서는 서울, 서울시청이라 그러던데요.”
뉴스에서 이태원 사고 실종자 신고를 봤다며 120으로 문의가 이어졌다. 곧바로 상담사가 서울시에 확인했지만 “저희도 지금 아는 바가 없거든요. 저희가 확인하고 저도 알아봐야 돼요.”라는 답이 이번에도 전부였다.
▪ “여보세요, 여기가 지금 저 순천향병원 한남대 앞인데, 오늘 할리데이여 갖고 우리 아들이 실종됐어. 그랬는데 서울시에서 접수받는다 그러길래 명단. 여보세요?”
▫ “아, 네. 시민님, 죄송합니다만 저희 쪽에서 접수받는 거는 아니고요.”
▪ “그러니까 몇 번이냐고?”
▫ “시민님, 죄송합니다만 보도는 미리 선제적으로 이렇게 보도는 언론 뉴스는 네, 저희 서울시로 접수를 하라고 안내는 되었지만 아직은 마련 중에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지금 접수는 어렵고요.”
▪ “지금 이 사고가 지금 몇 시간 전에 났잖아요. 제가 실종 신고를 한 저기 뭐야, 어 12시나 했어요, 저기 112에다가. 112에다 했는데 다시 서울시에다도 또 해야 하는가 하고 물어봐. 그럼 아직 지금 근디 뭐하러 저기 여보세요? 아직 접수도 안 받으면서 떴. 그건 저기했대, 저기 통보했대요?”
▫ “글쎄요. 저희도 그게 의문이에요. 지금 계속 전화는 오고 있는데 저희는 전달받은 사항이 없어서 저희도 답답하고 죄송하고 합니다.”
▪ “그러니까 우리도 지금 여기 나 저 여기 지금 순천 저기 뭐야, 영안실 앞에 있는데, 영안실 앞에 있는데 여보세요? 그걸 지금 기자분들도 몰라, 몇 번이냐고 물어봐도. 거기 좀 가리켜달라고. 기자분도 몰라요. 그러면 언제 될 거 언제, 언제나, 언제나 나온대, 그게?”
120 상담사들은 5시 15분부터 일단 임시로 실종자 신고를 모으기 시작했다. 이날 아침 6시까지 58명이 실종자 신고를 하고 싶다고 120으로 전화를 걸었다.
늦은 새벽에도 구급차들은 길 위에 있었다.
신교구급 “신교구급 사망환자 이대목동 자리 없어서 평촌한림대로 재이송합니다.”
연건구급 “연건여섯(구급차)도 이대목동에서 평촌한림대 재이송합니다.”
본부CP “충남 당진구급차 순천향병원가서 이송 좀 부탁드립니다.”
6시 50분, 순천향대병원은 참사로 인한 심정지자 70명을 각 병원 영안실로 이송 완료했다. 소방 대응도 1단계로 하향됐다. 참사 발생 8시간 35분만이었다.
9시 30분 소방당국은 “사망자 151명, 부상자 82명”으로 피해상황을 정정했다.